[독자 기고] 염창공원 주민설명회 아수라장 속 파행
주민 비대위, ‘9·11 강서구청 행정폭력 사태’ 규탄한다
9월 11일(금) 오후 7시, 서울 강서구 염경중학교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염창공원 공공주택지구 주민설명회'가 600여명의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 끝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강서구청 공무원들의 물리력 행사와 폭언, 대규모 경찰 기동대 투입으로 다수의 주민과 어린이가 다치는 사태가 빚어졌다. 염창주거환경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번 사건을 '9·11 강서구청 행정폭력 사태'로 공식 규정하고, 강서구청에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는 정부의 '8·13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포함된 서울 시내 유일의 공원 부지 염창근린공원(옛 골프연습장 부지 등)에 공공주택 1,000호를 신속 공급하는 계획을 알리는 자리였다. 염창동 유일의 녹지 공간마저 빼앗길 위기감 속에 설명회장에는 공원 존치를 요구하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학생, 동네 어르신 등 600여 명의 주민이 모였다.
이들은 통학로 안전대책조차 없는 일방적 난개발에 맞서 "주민기만 졸속추진 헌납행정 규탄한다", "염창공원 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하라"는 종이팻말을 들고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오후 6시 50분경, 설명회장에 도착한 진교훈 강서구청장과 한정애 국회의원이 강당 입구를 가득 메운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맞닥뜨리며 설명회장 분위기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진교훈 구청장 및 한정애 의원은 주민들을 설득하는 대신 도착 5분도 채 되지 않아 아무 발언도 하지 않고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갔다.
한정애 의원은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주민을 뿌리치며 대기 중이던 차량에 올라 즉시 현장을 빠져나갔지만, 뒤이어 출발하려던 진교훈 구청장의 관용차는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가로막혔다.
비대위는 "구청장님, 차에서 나와 주민들과 직접 대화해 주십시오"라며 공개 면담을 거듭 요청했으나, 진 구청장은 차 문을 굳게 닫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에어컨을 켠 차 안에서 눈을 감은 채 2시간 45분 동안 침묵으로 버텼다.
그사이 진교훈 구청장이 탄 관용차 주변에서는 관용차 진출로를 확보하려는 강서구청 공무원들에 의한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정헌재 부구청장은 관용차 앞에서 주민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고 폭언을 퍼부었다. 심지어 그는 자리를 옮긴 뒤에도, 바깥에서 지켜보던 어린아이와 부모를 향해 인격 모독성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이 밖에도 다수의 구청 직원이 관용차를 진출시키려는 과정에서 주민들을 거세게 밀어붙였고, 이로 인해 주민 여러 명이 바닥에 넘어지고 어린아이까지 다쳤다. 구청장에 대한 물리적 위협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벌어진 이 같은 대응은 신변 보호가 아닌 '심기 경호'이자 명백한 행정폭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장의 한 주민은 "아이들이 다니는 위험한 통학로 안전문제는 수년째 버려두더니, 구청장 차 한 대 빼내겠다고 공무원들이 주민과 어린아이를 밀쳐 다치게 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밤 9시를 넘기면서 강서경찰서 외에 타 관할 병력까지 포함된 경찰 기동대 버스 12대가 속속 학교 앞 골목으로 진입했다. 기동대 차량은 평소에도 대형 차량 통행이 어려울 만큼 비좁았던 도로 탓에, 진입 과정에서 보행자 안전펜스를 들이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학교 앞 일대는 극심한 병목과 교통 혼잡을 빚었다. 현장에 기동대 차량 12대가 줄지어 어두운 골목을 가득 메우자, 주민들과 아이들은 극심한 위압감과 공포에 휩싸였다. 한 주민은 "조용한 학교 앞 주택가에 경찰 버스가 줄줄이 들이닥치는데, 마치 계엄령이라도 내린 것처럼 무서워 손이 다 떨렸다"고 토로했다.
경찰 병력 배치가 완료된 밤 9시 35분경, 진 구청장은 대치 2시간 45분 만에 차에서 내렸다. 그는 주민들의 항의에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밝히면 사업을 철회하겠다"며 정책 책임을 서울시로 돌렸다. 사전 의견 수렴에서 주민 98%가 '공원 복원 및 주택 개발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그는 "원안대로 옛 골프연습장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채 경찰의 겹겹이 호위를 받으며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최근 경찰은 집회 위험성이 낮을 경우 기동대를 최소한으로 배치하는 방향으로 현장 운용 기조를 전환해 왔다. 그러나 단순 구호와 피켓 항의에 그친 항의 현장에 기동대 차량 12대 규모의 병력이 투입된 것은, 중대 형사범죄나 소요 사태에나 동원될 법한 규모로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경찰청 차장 출신인 진 구청장이 구민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 조직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를 주민을 적으로 간주해 물리력을 행사한 명백한 '행정폭력'으로 규정했다. 비대위는 현장에서 폭언과 물리력을 행사해 부상자를 낸 해당 구청 공무원들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하는 한편, 대규모 기동대를 투입하고 과잉 대응한 강서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공식 항의 방문과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비상식적 공권력 대치를 유발하고 행정 책임을 회피한 진교훈 구청장에게 '9·11 강서구청 행정폭력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물어 자진 사퇴를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염창주거환경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