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치를 시의 길에서
신재미 시인의 제5시집 『거미줄 위를 걷던 여자』를 읽고
신재미 시인의 제5시집 『거미줄 위를 걷던 여자』가 출간되었다. 현재 강서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재미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삶의 의미와 인간 내면의 깊이를 성찰하며, 흔들림과 위태로움 속에서도 창조적 삶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의 문학적 여정을 진솔하게 펼쳐 보인다.
모든 시가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장르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시는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내면을 탐문하며 삶과 문학의 본질을 다시 묻는 정신적 행위가 된다. 신재미의 『거미줄 위를 걷던 여자』가 바로 그러한 시집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단순한 서정의 토로에 그치지 않는다. 시인은 상처와 고독, 침묵과 불안을 통과하면서도 끝내 시의 의미를 놓지 않으려는 인간 존재의 의지를 보여 준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절제된 언어와 사유를 통해 삶의 본질을 응시하며, 그 과정에서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히 표제작 「거미줄 위를 걷던 여자」는 신재미 시인의 시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다. 거미줄은 한없이 연약하고 쉽게 끊어질 듯하지만, 동시에 서로 얽힌 미세한 질서 속에서 하나의 세계를 지탱한다. 시인은 그 위를 걷는 여자의 형상을 통해 흔들리고 위태로운 삶 속에서도 문학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 정신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시적 세계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나무와 새, 바람과 빛, 꽃과 계절은 시인의 내면을 회복시키는 존재론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자연의 생명력은 상처 입은 마음에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고, 메마른 영혼에 다시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 특히 “해발 0m 가슴의 산지에서만 자라는 꿈”이라는 표현은 가장 낮고 평범한 삶의 자리에서 오히려 새로운 희망이 움튼다는 사실을 인상적으로 환기한다.
무엇보다 신재미 시의 미덕은 삶의 균열을 외면하지 않는 정직함에 있다. 시인은 상처를 미화하지도, 절망에 함몰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삶의 틈과 흔들림 속에서 사랑과 희망, 창조의 가능성을 길어 올린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경쟁과 속도가 삶의 가치를 압도하는 오늘의 시대에 더욱 귀한 의미를 갖는다.
『거미줄 위를 걷던 여자』는 한 인간이 존재의 폐허와 삶의 균열을 지나 어떻게 자신의 의미를 다시 회복해 가는지를 보여 주는 깊이 있는 시집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묻어두었던 내면의 목소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이 아무리 위태로운 거미줄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총 5부에 걸쳐 8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작품은 정신적 성장과 내적 깨달음, 창조적 성취,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요한 시적 주제로 삼고 있으며, 서정적 언어와 상징적인 이미지로 삶의 의미를 탐색한다. 결국 시인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삶 속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고,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씨앗을 발견하여 그것을 창조적 삶으로 꽃피워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미 시인은 2004년 『문학공간』을 통해 등단한 이후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강서문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서울지부 이사, 샘문그룹 부이사장, 문예운동 감사 및 계간문예 중앙위원 등으로 문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옛정시인회 회장, 짚신문학회 상임부회장, 세계시낭송협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기독여성신문 취재부장, STS방송국 기독예술인총연합회 홍보대사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활동해 왔다.
그동안 『춘당지의 봄』, 『사랑은 희망의 날개』,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금린어』 등의 시집을 펴냈으며, 문학공간 신인상, 세종문학상, 한글문학상, 최우수작가상, 현대문학사조 작가상, 지구촌문화예술 문학부문 대상, 샘문뉴스 신춘문예 대상, 강서문학상, 짚신문학상, 경묘회 효부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왔다.
『거미줄 위를 걷던 여자』는 그러한 오랜 창작의 시간을 지나온 시인이 자신의 삶과 문학을 다시 돌아보며 세상에 내놓은 의미 있는 결실이다. 흔들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시간, 침묵 속에서 길어 올린 언어, 상처 속에서도 피워 낸 희망이 이 한 권의 시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삶은 때때로 거미줄처럼 위태롭다. 그러나 그 위에서도 우리는 걸어야 한다. 신재미 시인은 시를 통해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말한다. 삶의 가치는 완벽한 평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순간에도 다시 균형을 찾고 한 걸음 내딛는 데 있다고.
그녀가 걸어온 시의 길과 앞으로 걸어갈 문학의 길에 독자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보낸다.
강서뉴스 신낙형 기자(강서문인협회 이사 / 대한민국 기록문화대상 수상작 채아 할아버지의 손녀 육아 동시집 ‘채아의 365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