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안전’을 바라보지 못하는 반사경
“탁상행정의 거울인가”
사고를 예방하고 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설치된 도로 시설물이 오히려 운전자의 눈을 속여 대형 사고를 유발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잘못된 반사경 방향
강서구 화곡1동 곰달래로 19가길, ‘대광이발’ 앞 전신주에 설치된 도로 반사경의 실태는 공공 안전망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주행 방향과 완전히 반대로 향한 채 엉뚱한 곳을 비추고 있는 이 반사경은 설치 목적을 완전히 상실한 채 1년이 넘도록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화곡1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무심코 이 반사경만 의지해 진행하다가는 큰 도로에서 직진하는 차량과 피할 새도 없이 정면충돌할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안전을 지켜주어야 할 표지판이 도리어 사고를 부르는 '시각적 함정'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큰도로에서 차량 진입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것인가, 아니면 사고를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방치하는 것인가."
화곡1동 주민센터 진행 방향
현장을 찾은 주민들이 터뜨리는 분노 섞인 탄식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행정을 향한 불신의 크기를 그대로 대변한다.
화곡1동 주민센터쪽에서 바라본 모습
더 큰 문제는 행정의 무관심이다. 주민센터에서 불과 조금만 내려오면 누구나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일 년이 넘도록 이 위험천만한 상황이 시정되지 않았다. 지역 행정을 책임지는 동장과 관계 공무원들은 그동안 무엇을 보고 있었단 말인가.
선거철만 되면 ‘발로 뛰는 현장 행정’, ‘주민 복리 증진 의정활동’을 외치며 한 표를 호소하던 이들의 약속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의자에 앉아 결재서류나 넘기며 권위만 행사하라고 주민들이 그들에게 자리를 준 것이 아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보고서로만 세상을 접하는 '탁상행정'의 허울이 이토록 선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을 마주하면 씁쓸함을 넘어 참담함마저 느낀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구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현장 밀착형 행정에 있다. 공직자들이여, 의자에서 일어나 운동 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라. 주민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길거리의 작은 반사경 하나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바로잡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정의 시작이자 의무다. 더 이상 사고가 터진 후에야 움직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행정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시급한 현장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
강서뉴스 신낙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