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뉴스 칼럼] ‘사춘기,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배워야 할 것’
“부모의 공감은 뇌를 바꾸고 관계를 회복시킨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상담센터에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부모의 말을 잘 듣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말수가 줄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때로는 거친 말과 행동을 보인다. 부모는 당황하고, 아이는 점점 방문을 닫는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갈등은 반복되고, 어느 순간 가족의 대화는 끊어지기 시작한다. 많은 부모는 "도대체 왜 이렇게 변했을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사춘기는 단순히 아이의 성격이 변하는 시기가 아니다. 뇌가 가장 큰 변화를 경험하는 성장의 과정이다.
청소년기의 뇌에서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매우 활발하게 작동하는 반면, 충동을 조절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전전두엽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소한 말에도 쉽게 상처받고, 감정이 앞서 행동하거나 부모의 조언조차 비난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일부러 부모를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직 감정을 조절하는 뇌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업 부담, 또래관계, 진로 고민, SNS를 통한 비교와 경쟁이 더해지면 불안과 우울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일부 청소년은 짜증과 분노로 감정을 표현하고, 또 다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방 안으로 숨어버린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다르지만, 그 이면에는 "나를 이해해 달라"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부모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이다. 부모의 말 한마디와 표정, 눈빛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아이가 어렵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부모가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충고하거나 판단한다면, 아이는 더 이상 부모를 안전한 사람으로 느끼지 못한다. 반복되는 경험은 "부모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이어지고, 결국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심리상담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마고(IMAGO) 대화법을 자주 활용한다. 이마고 대화법의 핵심은 어렵지 않다.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그 감정을 인정하며,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오늘은 공부하기가 너무 싫어."라고 말했을 때 부모는 무심코 "맨날 공부하기 싫다면서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고 반응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은 충고가 아니라 이해이다.
"오늘 많이 힘들었구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이처럼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해 주면 아이의 뇌는 부모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안전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심리적 안정감은 스트레스 반응을 낮추고 감정조절을 돕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많은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먼저 고치려고 한다. 하지만 행동은 감정의 결과이다. 감정이 안정되면 행동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사춘기에는 훈육보다 관계가 먼저이고, 지적보다 공감이 먼저이다. 물론 모든 사춘기의 어려움을 부모의 대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ADHD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동반된 경우에는 전문적인 심리상담이나 필요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의 평가와 치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가장 중요한 회복의 토대는 아이가 가정 안에서 이해받고 존중받는 경험이다.
사춘기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기는 지나가는 폭풍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다. 아이는 완벽한 부모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모를 원한다. 부모의 따뜻한 공감 한마디는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고, 불안과 우울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주는 가장 강력한 보호 요인이 된다. 사춘기를 이겨내는 힘은 거창한 교육법이 아니라, 오늘도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는 부모의 작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칼럼: 큰사랑심리상담센터 정지윤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