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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희 시인의 ‘사랑은 찰나였다’

“햇살을 보지 못한 길에 흘린 단편의 시간들”의 통증

기사입력 2022-06-04 오후 3:08:5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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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희 시인의 사랑은 찰나였다

햇살을 보지 못한 길에 흘린 단편의 시간들의 통증

 

 

 

 

 

[사랑은 찰나였다] 권옥희

 

하늘빛이 내린다

등 돌린 너의 어깨처럼 서늘하다

며칠째 먹먹한 하늘이 싫어서

나는 바다로 간다

 

서리가 내린다

내 가슴을 베어낸 너의 말처럼 싸늘하다

며칠째 먹먹한 마음을 달래려

나는 산으로 간다

 

천천히 속을 비우며

사랑도 지우고 추억도 지우고

그냥 아무것도 안 보이는 먹지처럼

혼자가 되자고 바람을 조른다

 

바지랑대 몇 개로 지탱된 위태로운 나날들

 

그까짓 거 완전히 비워내자고

시간의 절벽을 헤매며 찢겨가던 가슴이

너덜너덜해진 뒤에야 낯선 제안처럼

네 모습이 들숨으로 들어온다

 

사랑은 찰나였다

내가 비워둔 자리에

나도 모르게 네가 서 있다

 

 

권옥희 시인은 바다와 나무와 꽃이 시인의 옆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삼라만상 모든 것들이 시인의 곁에서 보고, 피고, 자라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시는 시인의 절박한 간절함에서 꽃을 피운다라고 했다. ‘사랑은 찰나였다에서 시인은 한 생을 살면서 자신이 겪었던 사랑과 고통과 이별마저도 찰나로 승화시키며 큰 빛으로 쏟아낸 간절함! 이것이 바로 권 시인 자신이 아닐까?

 

권옥희 시인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우리 삶에서 2년여가 허공으로 사라져서 사진첩엔 추억도 없다. 임종도 못 지킨 채 요양원 병실에서 엄마 혼자 쓸쓸히 떠나보낸 아픔만 크게 남았다.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무기력했던가? 그래도 버텨내서 다행이다라며 머리 허연 억새가 꽃이 된 건 바람을 안고 살아서다. 가냘픈 몸으로도 당당하고 꼿꼿해질 수 있는 힘! 살아가는 동안 숱한 바람과 맞서 싸워야 하는 우리도 그 힘을 얻고 싶다라고 말했다.

 

시산맥 발행인이기도 한 문정영 시인은 권옥희 시인의 정서를 따라가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 참 많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사유가 깊고 통찰력이 있다. 이는 체험을 통하여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를 써온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이번 시집은 충분히 독자에게 그 영양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시인의 세심하면서도 철학적인 배려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이렇게 평했다.

 

사랑은 찰나였다

내가 비워둔 자리에

나도 모르게 네가 서 있다

 

권 시인의 가슴에서 품어져 나온 찰나였지만,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입을 틀어막아도 찰나의 이동 흔적이 남는다. 어쩌면 햇살을 보지 못한 길에 흘린 단편의 시간들의 통증인지 모른다.

 

[권옥희 시인 프로필]

* 경북 안동 임동 출생

* 1992시대문학(:문학시대)’ 등단

*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문학의집-서울회원

* 2004년 강서문학 본상 수상

* 2017년 강서문학 대상 수상

* 시집 마흔에 멎은 강’‘그리움의 저 편에서’‘사랑은 찰나였다

* 공저 별난 것에 대한 애착’‘장미차를 생각함등 다수

* 강서문인협회 부회장, 독서논술지도자

* 2021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디딤돌창작지원금 수혜

 

 

 

 

 

강서뉴스 신낙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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