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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키스에 대한 책임 / 정호승

기사입력 2022-01-16 오전 3:03: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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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에 대한 책임 / 정호승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키스에 대한 책임

                          정호승

 

 

키스를 하고 돌아서자 밤이 깊었다

지구 위의 모든 입술들은 잠이 들었다

적막한 나의 키스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너의 눈물과 죽음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빌딩과 빌딩 사이로 낡은 초승달이 떠 있는 골목길

밤은 초승달을 책임지고 있다

초승달은 새벽을 책임지고 있다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비시선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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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키스에 대한 책임은 사랑을 우주적 사랑으로 확장하고 다시 개인적인 사건으로 환원시키는 힘을 가진 시입니다. 다하지 않고 건너뛰는 화법을 통해 사랑의 깊이를 느껴봅니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찾고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을 지워버리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지만 사랑이 또 인플레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전통적으로 키스는 사랑의 결실에 해당했지만 오늘날에는 키스는 사랑의 출발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키스를 하고도 성교를 하고도 사랑에 대한 책임은 그 어디에도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세태에 정호승 시인의 사랑에 대한 메시지는 의미심장합니다. ‘키스를 하고 돌아서자 밤이 깊었다는 구절은 사랑의 강도가 마치 큰 우주적 변화를 체험한 것 같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구 위의 모든 입술들은 잠이 들었다라는 구절은 사랑이 단순한 장난거리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와 한번 키스를 나눈 것은 낮이 밤이 되는 것과 같은 큰 변화이고, 세상 다른 모든 뭇 여성들의 입술들은 이제 나에게 입술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혀집니다. 그런데 시인은 서로의 사랑의 나눔을 적막한 키스로 표현한 것으로 보아 서로의 사랑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너의 눈물과 죽음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고 있는 것으로 보아 또한 사랑의 아득함을 느끼게 합니다. 진실로 사랑하는 이와 나눈 첫 키스는 너무나 기뻐 그녀에게는 그녀를 울게 하고도 남음이 있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또한 너의 죽음은 다름 아닌 나에게 온전히 모든 것을 주었다는 의미이겠지요. 이제 그러한 사랑에 대한 책임을 내가져야 할 때입니다.

 

시의 화자는 사랑을 나누고 돌아서 오는 빌딩과 빌딩 사이로 낡은 초승달이 떠 있는 골목길에서 하늘을 쳐다봅니다. ‘밤은 초승달을 책임지고 있고’, ‘초승달은 새벽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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