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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계구곡과 횡계구곡 시(詩) 10

제8곡 채약동採藥洞

기사입력 2021-03-06 오전 10:26:5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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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계구곡과 횡계구곡 시(詩) 10
김문기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제8곡 채약동採藥洞

 

횡계구곡 제8곡은 채약동採藥洞이다. 횡계저수지 왼쪽에 난 도로를 따라서 가다보면 저수지 끝 지점에 이른다. 여기에서 저수지로 내려가서 물가를 따라 걸어가면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산발치에 이르는데 이 지점이 채약동이다.

 

마을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횡계저수지가 건설되기 전까지 이 굽이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한다. 가구 수가 많지 않은 마을이었지만 사람들이 횡계의 양쪽에 밭을 일구어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이 마을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훈수와 지수는 이 마을 이름을 채약동이라 하였다.

 

마을 이름이 채약이다. 일찍이 고송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이를 독송고라 하였다.40)

 

이 굽이에 소나무 하나가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이 언덕을 독송고獨松皐라 하였다. 아쉽게도 이 소나무는 현재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 횡계구곡 제8곡 언덕에는 소나무 수십 그루가 자라고 있어서 그 옛날 독송고를 연상하게 한다.

 

횡계는 이 굽이에서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한 시내는 자하봉紫霞峯으로 이어지고 한 시내는 보현산普賢山까지 이어진다. 횡계구곡은 여기에서 자하봉에서 흘러내리는 시내와 연결된다. 현재 자하봉 계곡은 물이 흐르지 않지만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에는 수량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널따란 계곡의 형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채약동에서는 그 옛날 가졌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없다. 대부분이 횡계저수지에 수물되어 어느 곳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훈수와 지수의 「채약동採藥洞」 시를 보면 이 마을이 깊은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채약동은 횡계의 상류에 있는데 훈수와 지수는 이 굽이를 신선이 사는 공간으로 생각하였다.

 

8곡 채약동.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 횡계리, 위도36°0708.92˝, 경도128°5746.97˝

 

三山何處在 삼산이 어느 곳에 있는가

瑤草可延年 요초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네

神仙吾不信 신선을 내 믿지 않으나

帶月荷鋤旋 달을 이고 호미 메고 돌아오네41)

 

삼산은 전설 속에 존재하는 세 산이다. 진晉나라 왕가王嘉의 ‘습유기拾遺記’에 나오는 산으로 방장산方丈山 봉래산蓬萊山 영주산瀛洲山이다. 이 세 산은 신선이 사는 산이다. 훈수와 지수는 채약동에 이르러 삼산이 어느 곳에 있는가 하고 물었다. 이 물음은 이 굽이가 삼산이라는 의미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풀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하였으니 이 풀은 훈수와 지수가 캐고자 하는 약초이다. 훈지 형제는 신선의 일은 믿지 않는다 하였다. 신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유자인 훈수와 지수가 믿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달을 이고 호미를 메고 돌아오는 은자의 삶은 훈수와 지수가 바라던 삶이었다.

 

八曲烟嵐晝未開 팔곡이라 안개가 낮에도 개지 않으니

斷岸高處瞰 가파른 언덕 높은 곳에서 도는 물을 내려보네

休從松下煩相問 소나무 아래서 번거롭게 서로 묻지 마라

採藥深山帶月來 깊은 산에서 약을 캐어 달을 이고 돌아오리라43)

 

횡계구곡 제8곡은 낮에도 안개가 개지 않는 깊은 골짜기이다. 훈수와 지수는 가파른 언덕 높은 곳에 올라서 굽어도는 물을 바라보았다. 시내가 이 지점에 이르러 한번 크게 굽어돌았다. 굽어도는 물가에 자리한 마을이 채약동이다.

 

약초를 캐는 마을이라는 의미의 마을 이름은 선가仙家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그러나 훈수와 지수는 선가를 지향하며 이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었다. 세속의 혼탁한 공간과 구별하기 위하여 이러한 이름을 명명한 것이었다.

 

그래서 훈수와 지수는 외로운 소나무 아래에서 세상일을 번거롭게 묻지 말라 하였다. 이 굽이는 세속의 티끌이 이르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정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깊은 산에서 약초를 캐어 달을 이고 돌아오는 것이다. 은자로서 한가로운 삶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또한 훈수와 지수가 이 굽이에서 하고 싶은 삶이 아닐 수 없다.

 

 

제9곡 고암高菴

 

9곡 고암.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 횡계리, 위도36°0657.54˝, 경도128°5803.76˝

 

횡계구곡 제9곡은 고암高菴이다. 고암은 고산사高山社를 의미한다. 지수는 1707년, 41세에 고밀곡高密谷 안에 고산사를 창건하였는데 여러 유생들이 왕래하며 강마講磨하는 장소로 삼았다.44)

 

이 고산사를 후손들은 고밀서당高密書堂이라 하고, 서당이 자리했던 굽이를 서당골이라 한다. 고암, 즉 고산사는 제8곡 채약동採藥洞에서 자하봉 산길을 따라서 약 500m 정도 올라가야 한다. 훈수와 지수가 생존했을 때는 계곡 옆으로 난 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길이 풀과 나무로 덮여 사람이 다닐 수 없다.

 

(계속)

 

 

각주)

40) “洞名採藥 曾有孤松 村人謂之獨松皐”『塤篪兩先生文集』卷6詩<橫溪九曲敢用晦菴先生武夷櫂歌十首韻> 八曲詩 註

41) 『塤篪兩先生文集』卷2 詩<溪莊四十詠>

 

42) 후진後晉시대 왕가王嘉가 지은 책이다. 10권으로 삼황오제三皇五帝부터 서진西晉 말, 석호石虎의 이야기까지 적은 책이다. 원본은 없어졌고, 현재『한위총서漢魏叢書』등에 수록되어 있는 것은 양梁나라 소기蕭綺가 재편한 것이다. 문장은 깨끗하지만, 내용은 기괴ㆍ음란한 것이 많으며 모두 사실이 아니라 한다. 제10권은 곤륜산崑崙山 봉래산蓬萊山을 비롯한 명산기名山記이다.

 

43) 『塤篪兩先生文集』卷6 詩<橫溪九曲敢用晦菴先生武夷櫂歌十首韻> 八曲詩

44)『塤篪兩先生文集』篪叟先生文集附錄<年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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